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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석 제거 시술

 


 

 

나는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다.

그날은 환자의 치석을 제거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을 감고 중얼중얼 자기 취미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시술을 받는 중년 남자 분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계속 눈을 뜬 채 아무 말이 없었다.

내 얼굴을 바라본다기보다는, 천장 쪽에서 시선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시술 도중 부탁하는 것들은 문제 없이 따라주셨기에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우리 의원에서는 치석 제거할 때 꽤 물이 많이 튀는 편이다.

그래서 턱받이를 하고 얼굴 쪽에도 수건을 올려 물 묻는 것을 방지하려 했다.

하지만 얼굴에 수건을 올리려니, 환자 분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어쩔 수 없이 가능한 한 얼굴에는 물이 튀지 않도록 노력하며 그대로 시술을 이어갔다.

시술이 끝난 뒤, 뒷정리를 하며 왜 얼굴에 수건을 얹지 말라고 했는지 여쭤봤다.

[계속 경계하지 않으면 입에 들어와 버린단 말이야.]



정말로 입에 들어오려는 귀신을 본 것인지, 그냥 이상한 이야기를 하는 아저씨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무언가 보일 때 무시하는 것 말고도, 계속 바라봐야 할 때도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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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캐리어 가방

 


 

 

전에 있었던 일인데 말이야.

부동산 쪽 영업을 하던 무렵, 어느 중고주택 매입 절차를 밟고 있었어.

리모델링해서 판매하려고 업자랑 같이 실내 상황도 확인하고, 계획도 잡는 도중이었지.



그 집 자체는 평범한 2층짜리 중고주택이었고 상태도 꽤 괜찮아서 금방 팔릴 거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이었어.

원래 주인은 빚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는 바람에 팔 수 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

뭐, 흔히 있는 일이지.



하지만 그 집에는 한가지 이상한 게 있었어.

2층 가장 안쪽 방, 아마 창고로 썼던 방 같은데, 거기 쓸데없이 고급진 캐리어 가방이 놓여 있던거야.

집 안에 다른 짐은 하나도 없었는데, 그 캐리어 가방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는게 어쩐지 이상한 분위기였어.



그건 그렇고, 이렇게 회사랑 개인이 부동산 거래를 할 때는 기본적으로 금전 거래가 끝난 뒤에는 집에 남아있는 물건의 처리에 대해서는 판매한 사람도 토를 달 수 없게 계약서에 써놓는단 말이지.

집에 남아있는 물건을 처리했다가 나중에 괜히 분쟁거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야.

그러니까 해체업자나 폐품회수 업자, 그리고 부동산 업체 사람들이 사들여서 작업하는 집에 값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그걸 가져가는 경우도 왕왕 있어.



규정대로는 그렇게 하면 안되지만, 묵인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으니까.

그 때도 같이 간 업자가 그 캐리어 가방을 들고서는 [가져가서 안에 뭐 들었는지 확인해 볼게요.] 라고 말했지만, 딱히 말리지는 않았어.

실제로 나중에 찾아보니 꽤 고급 브랜드였으니, 그냥 버리기도 아까웠고.



하지만 자물쇠가 제대로 잠겨있어서 그 집에서는 열어보지 못했고, 업자는 사무실에 돌아가서 공구로 열어보겠다며 캐리어 가방을 차에 싣고 가버렸어.

그날 밤, 업자한테 전화가 왔다.

캐리어 가방을 공구로 열고 있는데,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보고하겠다는 거였어.



그런데 말이야, 공구를 우당탕탕 다루며 작업하는 업자와 통화하는 사이, 뭔가 이상한게 느껴지는거야.

어쩐지 잡음이 엄청 심했어.

축제 한가운데, 사람들이 넘치는 한가운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전해지려나?



[혹시 누가 옆에 있나요?] 하고 물어봤지만, 아무도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지.

하지만 캐리어 가방을 여는 작업이 이어지는 사이, 잡음은 점점 더 심해져만 갔어.

그런데 업자가 [조금만 있으면 열리겠네요.] 라고 말한 순간, 그 잡음이 한순간 싹 사라지는거야.



너무 무서워서 나는 그 가방 안 여는 게 낫겠다고 말하려 했어.

하지만 그 순간, [아, 열렸다.]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리고 곧바로 전화가 끊겼지.



황급히 다시 걸어봤지만, 업자는 결코 전화를 받지 않았어.

그 다음날 출근하니까 그쪽에서 일하는 작업원이 전화를 걸어오더라.

[어제 갑자기 사장님이 행방불명되셨어요. 혹시 아시는 게 있으신가요?]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모른다고 대답해버렸어.

그치만 말할 수도 없잖아.

사라진 원인이 캐리어 가방을 열어서 그렇다니.



그 후 업자는 결국 행방불명으로 처리되고 말았어.

사무실에 남겨져 있던 캐리어 가방은 다른 폐기물품이랑 같이 업체 측에서 처리한 모양이더라.

확실하게 말하지 못하는 건 그 업자처럼 누가 또 캐리어 가방에 눈독을 들이고 가져갔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너무 오래되서 어느 브랜드 가방이었는지도 까먹었지만, 새까맣고 꽤 튼튼한 타입이었어.

무슨 수를 써도 열리지 않는 캐리어 가방을 발견하게 된다면, 굳이 열지 않는 편을 추천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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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브랜드의 담배곽

 


 

 

옛날 있었던 일인데 말이지.

그 무렵 다니던 회사는 꽤 큰 곳이라 전국에 사무실이 있는 회사였거든.

당연히 전근도 다녀야 했지만, 전근 가는 곳 근처에 회사가 집을 잡아줬었어.



월세 보증도 회사가 서주고, 수당도 나오니까 전근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리고 나랑 친했던 선배도 도호쿠 쪽인가에서 우리 사무실로 전근 온 사람이었어.

몇번인가 그 선배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회사에서 잡아준 집치고는 꽤 깔끔한 1LDK 짜리 살기 좋은 집이더라.



아무튼 그 선배랑은 일 끝나면 자주 밥도 먹으러 가고 했었지.

그러던 어느날, 선배가 요즘 곤란한 일이 있다고 말을 꺼내는거야.

늘 신세 지고 있었으니, 뭐 힘이 될 수 있는게 있으면 당연히 도와드리고 싶었지.



그래서 뭐가 곤란하냐고 물어봤어.

선배 이야기는 이런 거였어.

매일 아침 출근하려고 나설 때, 언제나 집 앞에 늘 같은 브랜드 담배곽이 놓여 있다는거야.



그 선배는 담배는 피우지도 않는데다 엄청 싫어해서 스스로 샀을리도 없고.

누가 장난을 치는건가 싶으면서도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 알 수가 없고 좀 기분도 나쁘고.

이 정도 수준의 장난은 경찰에 신고해도 딱히 해결해 주지도 않을테니 어째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였어.



이야기를 들을 때는 확실히 기묘한 일이다 싶었지만 별로 특별할 것 없이 그것 뿐이었어.

아침에 일어나면 담배가 매일 집 앞에 놓여 있다니, 딱히 손해 보는 일도 아니잖아? 라는 게 솔직한 생각이었지.

그걸 그대로 선배에게 말했더니, [뭐, 그것도 그러네.] 라며 납득한 것도 못한 것도 아닌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날은 헤어졌지.



일주일 정도 지난 뒤였으려나.

이번에는 선배 집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어.

어쩐지 지난번 그 이야기를 이어서 할 거 같다는 예감이 들더라.



내 생각대로 선배는 [그 담배 일 말이야, 해결됐다.] 라고 말했어.

나는 누가 담배를 갔다놨는지 물어봤지.

그랬더니 [내가 집 앞에 놓고 있더라고.] 하고 대답하더라.



결국 선배는 집 앞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거 같아.

경찰에 신고를 하던, 스스로 해결을 보던 일단 영상으로 증거를 남겨놔야겠다 싶더래.

뭐, 확실히 증거 없이는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을 일이겠지.



아무튼 그랬더니, 새벽 2시쯤에 선배가 집에서 나오는 게 영상에 찍혀 있더라는거야.

30분 정도 지난 뒤, 다시 집 앞으로 돌아오더니 담배곽을 복도에 놓아두더래.

그리고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히죽히죽 지으며 서 있더란다.



며칠이고 계속 찍어봤지만, 그런 영상이 이어졌다고 선배는 말했어.

하지만 선배 스스로는 그런 기억이 없어서, 어쩐지 기분이 나빠서 영상은 다 지워버렸다고 하더라.

그 후로도 나는 선배가 다시 다른 곳으로 전근 가기까지 이전과 같은 관계를 이어나갔지만, 어쩐지 그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말하면 안될 것 같은 기분에 다시 입에 올리지 않았어.



딱 한가지 선배한테는 말할 수 없던 게 있었거든.

선배네 집에서 담배곽 이야기를 듣던 때, 그 사람 계속 히죽히죽 웃고 있었어.

아마 내 추측이지만, 영상 속에서 히죽거렸다던 그 미소 그대로가 아니었을까.



그러니까 담배곽은 전근갈 때까지 계속, 매일 집 앞에 놓여있던 게 아닐까 하고 멋대로 여기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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